에세이

상실의 순간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준 사람

마음공부중 2025. 4. 30. 20:49

그 사람은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차가운 말을 남기고 떠났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타지에서 홀로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하루하루 버티듯이 살아가던 나에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도 아프셔서 나도 힘들어."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내 아픔을 외면한 채,
자신의 힘듦만을 앞세우는 태도였다.
그 순간 나는, 감정적으로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실의 고통 위에 얹힌 무관심과 이기적인 말들.
그건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무시된 경험이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양가감정 속에서 흔들렸다.
"이제 와서 왜 연락했냐, 할 말 없고 끊는다"는 말한 후
"너만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진심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진심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도망치고,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날카로워지는 사람.
그의 블로그 염탐 고백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남아 있다는 고백이면서도,
곧바로 철회하는 자기 방어적 말투.
그는 감정을 직면하는 대신, 항상 밀어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무게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만나며 크게 다툴 때마다 항상 그랬다.
내가 상대로 인해 서운한 날에도
마지막엔 항상 내가 잡고 설득하고 빌고
그가 있는 곳까지 쫓아가야 했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끊임없이 감정을 감내했다.
그의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 그의 무뚝뚝함과 냉소.
하지만 내 감정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내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은
그 사람에게 "부담"이었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주며 감정을 감내하고,
지지하고, 이해하는 사람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늘 침묵과 회피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네 감정을 버티고 지지했듯, 내가 무너질 때 네가 나를 잡아줬어야 맞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는 끝내,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번 감정을 회피했고,
그 침묵은 나에게 깊은 절망으로 남았다.
 
 
온 마음을 다 주고 이제서야 지금 나는 안다.
그 사람은 감정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든,
그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그릇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관계에서 진심을 다했고,
내 감정과 사랑을 가장 성숙하게 표현한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분노, 억울함, 상처는
단순한 이별의 후유증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유기당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고통이다.
누군가의 상실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
상대의 고통을 자기 부담으로 여기며 외면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버려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사람의 방식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내가 더 따뜻해지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감정을 나누고 싶지 않아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나는, 상처 속에서도 사랑을 주었던 나 자신을
이제는 가장 깊이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