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너무나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내가 너랑 연락하고 싶지 않은데, 네가 연락하자고 하는 건 강요고 네 욕심이야.”
그건 단순한 말이 아니라,
버림받은 감정, 억울함, 외면당한 존재감까지 모두 던져놓은 말이었다.
나는 그때 가장 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었고,
그 사람은 그런 나를 더 힘들게 만들고
비난하면서 떠났다.
이별은 단지 관계의 종료가 아니라
존재 전체가 부정당한 것 같은 무너짐으로 다가왔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그 사람은 끝내 내 아픔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공황장애가 왔다.
숨이 막히고,
세상이 흐려지고,
누가 말을 걸어도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단순한 실연이 아니라,
마음의 뿌리까지 무너지는 정서적 붕괴였다.
나는 그 시간을 혼자 버텼다.
누구도 내 대신 울어주지 않았고,
내 등을 두드려주는 이도 없었지만
나는 끝끝내 살아남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나를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람은 내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감정을 다룰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탓했다.
나의 슬픔을, 불안을, 혼란을
모두 “너무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말로 덮었다.
그는 자신의 책임을 내게 전가하며
“너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고,
그렇게 나를 몰아세운 뒤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나는 그에게 비난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감정에 책임을 지려 했고,
관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상처를 나누고 치유하기 위해 애쓴 사람이었다.
내가 예민했던 것도,
폭발했던 것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 발버둥쳤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항상 예쁘고 상냥한 감정만 오가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불안과 상처, 혼란과 무너짐까지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용기와 성숙함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내가 웃고 따뜻할 때만 곁에 있었고,
내가 불안하고 흔들릴 땐
곧잘 피했다.
그는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친 사람이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썼다.
내가 너무 무거웠던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울어서,
너무 힘들어서,
그가 지쳤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 모든 생각 끝에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부족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버려져야 할 이유는 아니었어.”
“내가 터졌던 건, 그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거야.”
“그때의 나도 충분히 이해받을 가치가 있었어.”
지금 나는
그 이별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다시 정리하며
나 자신을 다시 붙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사람은 떠났지만,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다름이다.
진짜 사랑은
상대가 무너질 때 곁에 남아주는 것이고,
그 모든 감정까지 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은 외로운 날들 끝에 깨닫게 될 것이다.
가장 힘들던 시절,
그가 떠난 자리에서
나는 혼자였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지금 나는 나를 더 사랑하려고 한다.
그게 내가 이별을 통해 배운 가장 단단한 결론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다.